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평론가8

변영로 - 봄 비 봄 비 변영로 나직하고,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, 나아가보니, 아, 나아가보니―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,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. 아,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! 나직하고,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, 나아가보니, 아, 나아가보니― 아려ㅡㅁ풋이 나는, 지난날의 回想[회상]같이 떨리는,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탕 안에 자지러지노나 ! 아, 찔림없이 아픈 나의 가슴 ! 나직하고,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, 나아가보니, 아, 나아가보니―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銀[은]실 같은 봄비만이 노래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노나 ! 아,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! ―「新生活[신생활]」, 19.. 2012. 4. 6.
변영로 - 눈(眼[안]) 눈(眼[안]) 변영로 아릿다운 그대 그대의 눈찌는 실버들 가지 어찌나 실이 나부끼는지 나의 갈 길 잃었어라. 길 잃은 나, 길 잃은 나, 들로 벌로 헤매이다가 혹시 그대 밑둥에 부딪거든 길 잃었다 찾아온 줄 아소. ―「廢墟以後[폐허이후]」, 1924. 1 시,시집,평론가,시인,시 감상,명시감상,시 읽기,문학,자유시,현대시 2012. 4. 6.
변영로 - 그 때가 언제나 옵니까 그 때가 언제나 옵니까 변영로 그대와 나 사이에 모든 가리움 없어지고, 넓은 햇빛 가운데 옷으로 가리우지 아니한 발가벗은 맨몸으로 얼굴과 얼굴을 대할 그 때가 언제나 옵니까 「사랑」과「믿음」의 불꽃이 낡은 「말」을 사루어 그대와 나 사이에 말없이 서로 알아듣고, 채침없이 서로 붙잡고, 음욕없이 서로 껴 안을 그 때가 언제나 옵니까 오, 그대 ! 나의 靈魂[영혼]의 벗인 그대 ! 우리가 그리우는 「그때」가 오면, 「우리 世紀[세기]의 아침」이 오면, 그 때는 그대와 내가 부끄러워 눈을 피하지 않을 터이지요. 두려워 몸을 움츠러뜨리지 않겠지요. 오, 그대 ! 언제나 그 때가 옵니까? ―시집 「朝鮮[조선]의 마음」, 1924 시,시집,평론가,시인,시 감상,명시감상,시 읽기,문학,자유시,현대시, 변영로 시집,변.. 2012. 4. 6.
변영로 - 날이 새입니다 날이 새입니다 변영로 날이 새입니다. 동이 고요히 트입니다. 고운 새벽빛이 「世界[세계]의 啓示[계시]」같이 흔들 립니다. 벗이여, 당신 이마에는 어제밤의 憂愁[우수]가 쓰여 있읍니다. 게슴츠레한 두 눈초리에는 그저도 눈물이 겨웁니다. 벗이여, 나의 사랑하는 벗이여, 이리 오 십시오― 자릿하게도 산산한 새벽 이슬이 내리는 이 곳으로요. 「슬픔」은 옛 것이요, 「기쁨」은 길이 새롭 습니다. 울음을 멈추고 이리 와서「밝는 큰 날」의 해 맞이하셔요. 날이 새입니다. 동이 고요히 트입니다. 고운 새벽 빛이「世界[세계]의 기쁨」같이 출렁 거립니다. ―「東明[동명]」, 1922. 9 시,시집,평론가,시인,시 감상,명시감상,시 읽기,문학,자유시,현대시 2012. 4. 6.
변영로 - 벗들이여 벗들이여 변영로 구름인 다음에야, 설마 하늘보다 더 오래가랴ㅡ 벗들이여, 여기엔「믿음」뿐. 오랜 구름 그릇같이 깨어지고, 푸른 하늘 눈(眼[안]) 같이 트이니ㅡ 벗들이여, 여기엔 「바람」(希望[희망]) 뿐. 하늘빛이 몸에 배이고 먼 곳이 손에 잡힐 듯하니ㅡ 벗들이여, 여기엔「기쁨」뿐. 얼핏 저 빛 보았는지 깃발이 나부끼니ㅡ 벗들이여, 여기엔 「모임」뿐. 부실한 귀 헛들었는지, 어디선지 나팔소리 나니ㅡ 벗들이여, 여기엔「나감」뿐. ―시집 「朝鮮[조선]의 마음」, 1924 시,평론가,시집,시인,시 감상,명시감상,시 읽기,문학,자유시,현대시 2012. 4. 6.
변영로 - 버러지도 싫다하올 이몸이 버러지도 싫다하올 이몸이 변영로 1 버러지도 싫다하올 이몸이 불현듯 그대 생각 어인 일가 그리운 마음 자랑스럽습니다. 촛불 밝고 마음 어둔 이밤에 당신 어디 계신지 알길 없어 답답함에 이내 가슴 터집니다. 2 철 안나 복스럽던 옛날엔 그대와 나 한 동산에 놀았지요 그 때는 꽃빛도 더 짙었읍니다. 언젠가 우리 둘이 강가에 놀 때 날으던 것은 흰 새였건만은 모래 위 그림자는 붉었읍니다. 바로 그 때 난데없는 바람 일어 그대와 나의 어린 눈 흐리워져 얼결에 서로 손목 쥐었읍니다. 3 그러나 바람이 우리를 시기하였던가 바람은 나뉘어 불지 아니하였으련만 찢기이는 옷 같이 우리는 갈렸읍니다. 이제 것도 그리움이 눈 흐리울 때 길에서 그대같은 이 보건만은 아니실 줄 알고 눈 감고 곁길로 가옵니다. ―시집「朝鮮[조선].. 2012. 4. 6.
변영로 - 서 대신에 서 대신에 변영로 「조선마음」을 어디가 찾을까? 「조선마음」을 어디가 찾을까? 굴 속을 엿볼까, 바다 밑을 뒤져볼까? 빽빽한 버들가지를 헤쳐볼까? 아득한 하늘가나 바라다볼까? 아,「조선마음」을 어디 가서 찾아볼까? 「조선마음」은 지향할 수 없는 마음, 설운 마음! ㅡ시집「朝鮮[조선]의 마음」, 1924 시,시인,시 감상,명시감상,시 읽기,문학,자유시,현대시 2012. 4. 6.
변영로 - 님아 님 아 변영로 님아 지는 햇빛 붉으니 갈 길 빨리 걷자. 님아 눈섭 달빛 푸르니 갈 길 좀더 가자. 님아 새벽 빛 희미하니 갈 길 마저 가자. ―시집「朝鮮[조선]의 마음」, 1924 시,시인,시 감상,명시감상,시 읽기,문학,자유시,현대시 2012. 4. 6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