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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날
노천명
겹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
산산한 기운을 머금고....
드높아진 하늘은 비로 쓴 듯이 깨끗한
맑고도 고용한 아침-
예저기 흩어져 촉촉히 젖은
낙엽을 소리없이 밟으며
허리띠 같은 길을 내놓고
풀밭에 들어 거닐어 보다
끊일락 다시 이어지는 벌레 소리
애연히 넘어가는 마디마디엔
제철의 아픔이 깃들였다.
곱게 물든 단풍 한 잎 따들고
이슬에 젖은 치맛자락 휩싸쥐며 돌아서니
머언 데 기차 소리가 맑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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